

영화 《좀비딸》은 좀비 아포칼립스라는 자극적인 장르 위에 가족애와 코미디, 그리고 휴먼 드라마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작품이다. 기존의 좀비 영화들이 공포와 생존 경쟁, 잔혹한 묘사에 집중했다면, 《좀비딸》은 그 속에서도 끝까지 가족을 포기하지 않는 아버지의 시선을 중심에 둔다. 특히 ‘좀비가 되어도 딸은 딸’이라는 설정은 관객에게 웃음과 동시에 깊은 여운을 남기며, 원작 웹툰이 가진 따뜻한 감성을 영화적으로 잘 확장시킨다.
1. 영화 《좀비딸》 줄거리
영화는 동물원 사육사로 일하는 정화와 그의 딸 수아의 평범한 일상에서 출발한다. 정화는 딸에게 늘 ‘흐름, 강약, 그리고 운’을 강조하며 살아가는 법을 가르치는 다소 엉뚱하지만 진심 어린 아버지다. 그러나 어느 날,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확산되며 도시는 순식간에 혼란에 빠지고, 사람들은 하나둘 좀비로 변해간다.
정화는 딸 수아를 데리고 도시를 벗어나기 위해 위험한 탈출을 감행한다. 좀비 떼를 피하기 위해 감염자인 척 연기하는 기지를 발휘하고, 수아 역시 위기 속에서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며 두 사람은 간신히 빠져나온다. 하지만 안도도 잠시, 정화는 수아가 좀비에게 물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결국 수아는 점점 좀비로 변해간다.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정화는 딸을 포기하지 않는다. 그는 어머니 밤순이 사는 시골 마을 음봉리로 향해 수아를 숨기고 지켜내기로 결심한다. 정화는 수아가 좋아하던 노래와 음식, 행동에 반응하는 모습을 보며 아직 기억이 남아 있음을 깨닫고, 기억이 살아 있다면 바이러스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안 물기 훈련’, ‘사회성 훈련’ 등 다소 엉뚱하지만 절실한 시도들이 이어지며 영화는 긴장 속에서도 유쾌한 웃음을 만들어낸다.


2. 영화 《좀비딸》 결말
이야기의 후반부에서 정화는 첫사랑 연화와 재회하게 된다. 하지만 연화는 과거 사랑하는 사람을 좀비로 잃고, 직접 사살해야 했던 아픈 경험을 지닌 인물로, 현재는 좀비를 발견하면 신고하고 제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사실은 정화에게 큰 불안으로 다가오며, 수아의 존재가 언제 드러날지 모른다는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정부는 감염자 발견 시 즉시 사살하라는 강경한 방침을 유지하고, 군인들과 좀비 사냥꾼이 마을 근처까지 접근하면서 상황은 점점 위태로워진다. 그러나 그 와중에도 수아는 아빠의 말에 반응하고, 인사를 흉내 내며, 스스로 물지 않으려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수아가 단순한 좀비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을 지닌 존재임을 증명하는 장면들이다.
결말은 거대한 액션이나 극단적인 비극 대신, 끝까지 딸의 곁을 지키는 아버지의 선택과 그 진심에 집중한다. 수아는 완전히 인간으로 돌아오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괴물로 규정되지도 않는다. 영화는 ‘좀비딸’이라는 존재 자체를 받아들이며, 사랑과 기억이 만든 또 다른 가족의 형태를 조용히 보여주며 마무리된다.
3. 영화 《좀비딸》 총평
《좀비딸》은 좀비 영화의 외형을 빌렸지만, 본질은 가족 영화에 가깝다. 조정석 배우는 특유의 생활 연기와 코믹한 리듬 속에서도 깊은 부성애를 설득력 있게 표현하며 극을 이끈다. 이정은, 조여정, 윤경호 등 조연 배우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극의 균형을 잡아주며 이야기에 현실감을 더한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은 잔혹한 세계 속에서도 인간다움과 희망을 놓지 않는 태도다. 공포보다 공감이, 절망보다 웃음이 먼저 떠오르는 좀비 영화라는 점에서 《좀비딸》은 분명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다. 좀비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관객에게도 부담 없이 추천할 수 있는 작품이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느끼고 싶은 이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