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월 초, 글로벌 금융 시장은 수십 년 만에 처음 보는 충격적인 흐름 속에 휘말렸습니다. 금과 은의 역사적 폭락,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압박 속에서도 강세를 보인 원화, 그리고 케빈 워시 연방 준비 제도 의장 지명자의 등장이 몰고 온 시장의 혼란은 단순한 가격 변동을 넘어 거대한 유동성 전환의 신호탄으로 해석됩니다. 이성일 경제 전문 기자의 분석을 통해 이 복잡한 퍼즐의 조각들을 맞춰보겠습니다.
금은 폭락의 메커니즘: 레버리지가 부른 연쇄 붕괴

지난 주말, 금융 시장은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금 가격이 하루 사이 11% 넘게 떨어졌고, 은은 무려 30% 가까이 추락했습니다. 금은 최근 온스당 5,600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왔습니다. 이러한 강세장 속에서 투자자들은 자신이 가진 돈보다 몇 배 어치의 금을 매수하는 레버리지 투자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되었습니다.
레버리지 투자는 증거금을 담보로 큰 금액을 빌려 투자하는 구조입니다. 가격이 상승할 때는 수익이 배가되지만, 가격이 하락하면 손실 또한 급격히 확대됩니다. 금 가격이 갑자기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맡긴 증거금이 손실을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고, 이는 강제 매도로 이어졌습니다. 한 사람의 강제 매도는 시장 가격을 더욱 끌어내렸고, 이는 또 다른 투자자의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을 촉발했습니다. 작은 하락이 더 큰 하락을 불러오는 연쇄적 악순환이 지난 주말 하루 사이에 실제로 벌어진 것입니다.
은의 경우는 더욱 극적입니다. 1980년 1월 초 대폭락 사태 이후 45년 만에 처음으로 50달러를 넘어선 것이 지난해 10월이었습니다. 불과 3개월 사이에 두 배 넘게 치솟으며 역사적인 상승세를 기록했던 은은 하루 사이에 상당 부분 추저앉았습니다. 이는 단순한 가격 조정이 아니라 과도한 레버리지로 부풀려진 시장이 붕괴하는 과정이었습니다. 금과 은뿐만 아니라 비트코인 같은 위험 자산 역시 같은 날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자기 자본보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이 많았던 대표적 위험 자산들이 동시에 타격을 받은 것입니다. 이는 시장 전반에 걸친 유동성 축소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였습니다.
레버리지 위험과 케빈 워시 효과: 유동성 회수의 시작
금과 은, 비트코인의 동반 하락 뒤에는 케빈 워시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 준비 제도 의장으로 지목한 케빈 워시는 거의 20년 전 30대에 이미 연준 이사를 맡았던 월가의 유명 인사입니다. 시장에서는 다른 유력 후보들의 가능성도 높게 점쳐왔기에, 케빈 워시의 지명은 다소 의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러나 더 큰 충격은 그의 정책 방향성에 있었습니다.
케빈 워시 지명자는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대놓고 압박해온 금리 인하 기조와 일치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시장이 주목한 것은 그가 제시한 '수단'이었습니다. 케빈 워시는 연방 준비 제도가 보유한 국채와 모기지 채권 같은 자산이 너무 많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연준의 자산은 특히 코로나 팬데믹 위기 대응 과정에서 급격히 불어났습니다. 금융 기관이 정부에서 국채나 모기지증권을 넘기고 시중에 달러를 대량으로 푼 결과, 연준 설립 이래 발행된 달러보다 더 많은 규모가 불과 2년 사이에 추가되었습니다.
시중에 달러가 흔해지면서 자산 가격이 오르고 물가 역시 상승했습니다. 케빈 워시는 바로 이 지점을 문제로 지목했습니다. 연준이 보유한 자산을 줄이면 금융 기관이 쉽게 돈을 빌리기 어려워지고, 결과적으로 시중의 유동성이 감소합니다. 그동안 풍부한 유동성에 기대어 급등했던 금과 은, 비트코인 같은 위험 자산들은 이러한 유동성 회수 시그널에 가장 먼저 반응했습니다. 금과 은의 폭락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연준의 자산 축소라는 거대한 정책 전환에 대한 시장의 선제적 반응이었던 것입니다.
중요한 점은 금리 정책의 최종 목표입니다. 시중에 풀린 달러가 줄어들면 물가가 안정될 수 있고, 이는 주택 담보 대출을 받은 소비자나 은행에서 설비 투자 자금을 받은 기업들에게 금리를 낮춰줄 수 있는 여건을 만듭니다. 과정은 다르지만 결론적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금리 인하 쪽으로 수렴할 수 있다는 것이 케빈 워시의 논리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레버리지에 의존한 투자자들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매파적 비둘기'라는 모순적 별명이 붙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환율 공조와 원화 강세: 예측 불가능한 시장의 역설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산 자동차 등에 25% 관세 인상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러한 무역 압박은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수출 경쟁력 악화 우려에 투자자들이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실제 시장은 정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원화는 오히려 강세를 보였습니다. 이 기묘한 역설의 중심에는 엔화가 있습니다.
미국 뉴욕 연방 준비 제도 지역 은행은 최근 금융 기관들에게 엔달러 환율이 얼마인지를 묻는 전화를 돌렸습니다. 환율을 몰라서 물은 것이 아닙니다. 이는 엔화가 너무 약세를 보이고 있으니 더 이상 엔화를 팔지 말라는 강력한 압박이자, 중앙은행이 시장에 개입해서 엔화를 매수할 수 있다는 예고였습니다. 이후 엔달러 환율은 185엔을 넘었다가 5% 가까이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미국과 일본 정부가 공조해서 엔화의 급격한 약세를 막으려는 움직임이 현실화된 것입니다. 시장은 이를 강력한 시그널로 받아들였습니다. 엔화 약세가 제어되면 아시아 통화 전반에 안정감이 생기고, 원화 역시 그 수혜를 입게 됩니다. 이러한 미일 환율 공조는 매우 예외적인 사건입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엔화 급등을 막기 위해 국제 공조가 이루어졌는데, 지금은 반대로 엔화 급락을 막기 위한 공조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트럼프의 관세 압박이라는 직접적인 악재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강세를 보인 것은, 더 큰 구조적 요인인 미일 환율 공조가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이는 현재 글로벌 금융 시장이 얼마나 복합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태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금값 폭락, 케빈 워시 지명, 미일 환율 공조라는 수십 년 만에 처음 일어나는 이례적인 사건들이 동시다발적으로 겹쳐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시장의 흐름이 급격히 바뀔 수 있는 극도로 불안한 환경임을 의미합니다.
2026년 초 글로벌 금융 시장은 '워시 쇼크'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금과 은의 폭락은 레버리지 투자의 위험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켰고, 케빈 워시의 등장은 유동성 회수라는 거대한 정책 전환을 예고했습니다. 동시에 미일 환율 공조는 예측 불가능한 시장의 역설을 보여주었습니다. 이성일 기자의 날카로운 분석처럼, 지금은 단순한 차익을 노리기보다는 생존을 위한 리스크 관리가 최우선인 시기입니다. 수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들이 동시에 일어나는 지금, 투자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ZAZesQM9ZK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