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10월 27일, 대한민국 주식시장은 역사적인 순간을 맞이했습니다. 1980년 100에서 시작한 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한 것입니다. 삼성전자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10만 원을 넘었고, SK 하이닉스는 두 달 사이 두 배 넘게 상승하며 반도체주들이 지수를 가파르게 끌어올렸습니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세계 주요 증시 중 최하위 수익률이던 한국 주식이 세계 1위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 배경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AI 반도체 독점과 외국인 자금 유입
코스피가 4,000을 돌파한 가장 핵심적인 요인은 AI 반도체 기업들의 강세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보기에 지금 팀 코리아 전체를 사는 것이 아니라, AI 반도체라는 특정 스타 플레이어를 꼭 집어 매수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 세계 AI 혁명의 필수적인 고성능 메모리인 HBM을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두 회사는 글로벌 AI 시장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 부품 공급자로 자리잡았으며, 외국인들은 환율 손실을 감수하더라도 AI 주식이 오를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투자하고 있습니다.
코스피 지수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이해하면 이 상승의 의미가 더욱 명확해집니다. 코스피는 단순히 모든 기업을 똑같이 1/n로 나눈 평균이 아닙니다. 기업의 시가총액, 즉 그 기업의 몸값이 클수록 더 큰 비중을 부여해 계산합니다. 따라서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같은 대형주는 주가가 조금만 움직여도 코스피 전체가 출렁이는 반면, 중소형주는 주가가 크게 변해도 코스피 전체에 미미한 영향만 줍니다. 결국 일부 대형 반도체 기업의 선방이 전체 지수를 끌어올리는 구조적 특징이 이번 4,000 돌파의 핵심 메커니즘입니다.
10월 한 달에만 외국인들이 6조 원을 한국 주식시장에 쏟아 부었다는 사실은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합니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한국 주식은 64%나 상승했으며, 이는 전 세계 주요국 중 최상위 수익률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을 저평가된 시장이라 판단하고, 지금이 매수 기회라고 보고 있습니다. 다만 이렇게 급속도로 단기적으로 급등한 후에는 하락하는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시장의 일반적인 해석이기도 합니다. 개인 투자자들의 무차별 매수, 즉 '나만 손해 보는 거 아니야?'라는 심리도 나타나고 있는데, 이는 보통 버블 붕괴 전에 나타나는 대표적인 현상 중 하나로 지적됩니다.
유동성 확대와 낮은 금리 환경의 영향
코스피 상승의 두 번째 핵심 요인은 낮은 금리와 유동성 확대입니다. 경기 침체기에는 금리가 낮아지는데, 이때 사람들은 은행 예금에 돈을 잘 넣지 않습니다. 이자가 많이 붙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시중에 돈이 많이 풀리게 되고, 그 돈은 어디로 갈까요? 조금의 손실 위험이 있더라도 수익률이 더 높은 주식시장으로 이동합니다. 결국 이렇게 풀린 돈, 즉 유동성의 힘이 주식시장을 밀어 올리고 있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이 제기됩니다. 경기 침체라고 하지 않았나요? 그런데 왜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걸까요? 이는 주식시장과 실물경제의 괴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보통 기업의 가치는 실적이 좋아야 올라갑니다. 그런데 지금 소비도 줄고 취업도 어렵고, 말 그대로 경기 침체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스피가 오르는 이유는 실적보다는 기대감과 유동성이 먼저 선반영되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코스피가 오른다고 해서 실물경제가 함께 좋아진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주식시장 활성화가 우리 체감과 다른 이유는 자영업, 고용시장이 우리 체감경제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주식시장은 사실 삼성이나 하이닉스 같은 대기업 몇 개만 잘 나가도 올라갑니다. 하지만 동네 자영업자, 건설업체, 청년 실업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처럼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간의 간극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는 점은 이번 코스피 4,000 돌파를 해석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습니다. 현 정부가 상법 개정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으로 꼽히는 낮은 배당 성향, 불투명한 지배구조, 정책 불확실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기업들에게 주주들에게 좀 잘해주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도 한몫했습니다. 돈 벌면 주주들에게 배당 먼저 해주는 회사가 되도록 환경을 만들고 있고, 주주 우선의 초점을 두고 자본시장을 밀어주는 정책을 쓰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책 변화는 단순히 유동성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구조적 개선의 신호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인가, 버블인가
코스피 4,000 돌파를 두고 의견은 여전히 엇갈립니다. 지금 코스피 시장이 거품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는 실적은 요만한데 기대감과 유동성만 계속 불어넣어서 터지기 직전인 상태, 즉 버블이라는 주장 때문입니다. 이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짧은 기간에 빠르게 오른 것은 맞습니다. 1980년 100으로 시작한 코스피가 사상 첫 2,000 고지를 넘는 데까지 27년이 걸렸고, 다시 3,000 고지를 넘는 데 13년 반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2025년 6월 20일 3,000을 넘은 후 4,000까지 가는 데 불과 4개월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거의 수직으로 올라온 셈이며, 속도가 역사상 유례없이 굉장히 빠릅니다.
반면 한국 주식은 여전히 선진국보다 저평가 상태라 더 오를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보통 PER과 PBR을 봅니다. 정말 쉽게 말하면 내가 기업에 투자한 돈을 얼마나 빨리 회수할 수 있을지, 얼마큼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을지를 보여주는 숫자입니다. PER과 PBR이 낮을수록 흔히 주가가 저평가되었다고 판단하는데, 우리나라 코스피의 PER은 약 13.2배, PBR은 1.34배로 미국의 S&P 지수, 아시아 평균 지수보다 낮습니다. 즉 같은 돈을 투자했을 때 저평가된 한국 기업에서 더 높은 성장과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짧은 기간에 빨리 오른 건 맞지만, PER이라고 부르는 수익성으로 봐도 미국보다 싸고, 자산 가치인 PBR로 봐도 선진국 평균의 반값밖에 안 됩니다. 그러니까 이건 코스피 4,000이 버블이라기보다는 그동안 제값을 못 받았던 한국 기업들이 제값 찾아가기,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시작한 신호로 봐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당시 코스피 5,000 시대를 열 것이라 밝힌 바 있고,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1년 내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달성하고 장기적으로는 2,000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결국 코스피 4,000 돌파는 일부 대형 반도체 기업의 선방과 유동성 확대, 정부의 정책 의지가 결합된 결과물입니다. 다만 이것이 실물경제의 회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자영업과 고용시장 등 체감경제는 여전히 어렵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코스피 상승이 한국 증시의 구조적 재평가 국면 진입의 신호인지, 아니면 단기 과열의 징후인지는 앞으로의 실적 개선 여부와 글로벌 경제 흐름에 달려 있습니다. 투자자 개개인이 시장 구조와 리스크를 정확히 이해하고 판단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영상 제목/채널명: https://www.youtube.com/watch?v=1Et4gcgxv1A